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난 전기차 화재는 73건이었습니다.[1] 같은 해 휘발유·경유차 화재는 3,811건입니다. 숫자만 보면 작은데, 그해 여름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이후 체감은 정반대가 됐습니다. 그 간극을 공개된 통계로 하나씩 메워 봅니다.
73건은 많은가
건수만 비교하면 공정하지 않습니다. 도로 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소방청 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전기차 등록대수는 684,244대, 휘발유·경유 등 내연기관차는 25,575,744대였습니다.[1]
두 값을 같은 바구니에 넣고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 등록대수 비중: 684,244 ÷ (684,244 + 25,575,744) = 약 2.6%
- 화재 건수 비중: 73 ÷ (73 + 3,811) = 약 1.9%
전기차는 차량 수의 2.6%를 차지하면서 화재의 1.9%를 차지했습니다. 수소차 등은 빠진 계산이라 전체 차량 화재 대비 비중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등록 비중보다 화재 비중이 작다”는 방향은 바뀌지 않습니다.
10만 대당으로 다시 나누면
같은 분석은 연도별로 10만 대당 화재 건수를 냈습니다.[1]
| 연도 | 전기차(10만 대당) | 내연기관차(10만 대당) | 전기차 화재 건수 |
|---|---|---|---|
| 2022 | 13.88 | 14.61 | 43건 |
| 2023 | 11.35 | 14.47 | 72건 |
| 2024 | 11.89 | 14.95 | 73건 |
2024년 기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약 20% 낮습니다. 2023년에서 2024년으로 넘어갈 때 전기차 등록은 25.8% 늘었는데 화재는 1건 늘었습니다. 2025년 1분기 전기차 화재는 1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6건보다 줄었다는 수치도 함께 나왔습니다.
다만 이 비율은 연구자와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옵니다. 분모에 어떤 차종을 넣느냐, 1만 대 기준이냐 10만 대 기준이냐에 따라 값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전기차가 더 잘 탄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공개 통계는 찾지 못했고, 반대로 “압도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만큼 차이가 큰 것도 아닙니다.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보는 게 자료에 맞습니다. 2025년 연간 집계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공식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불이 나는 순간이 다르다
건수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언제 나느냐입니다. 보험연구원이 소방청 통계를 재구성한 표를 보면 2021~2023년 전기차 화재 139건의 상황별 분포가 나옵니다.[2]
| 상황 | 건수 | 비중 |
|---|---|---|
| 운행 중 | 68 | 48.9% |
| 주차 중 | 36 | 25.9% |
| 충전 중 | 26 | 18.7% |
| 정차 중 | 5 | 3.6% |
| 기타(옮겨붙음·견인 중) | 4 | 2.9% |
주차 중과 충전 중을 더하면 44.6%입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는 도로·터널에서 난 화재가 73.4%로 대부분 달리다가 났습니다.[2]
해외 자료도 방향이 같습니다. 같은 보고서가 인용한 연구에서 2008~2021년 미국·유럽 등의 전기차 화재 122건을 분석했더니 주차 중 47.5%, 충전 중 21.3%였고, 독일에서 분석한 113건도 58%가 주차 또는 충전 중에 났습니다.[2]
이 차이가 공포의 출처입니다. 운전 중에 연기가 나면 사람이 바로 알아채고 차를 세웁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 주차장에서는 발견이 늦습니다. 그 주차장이 지하이고 차가 빽빽하게 서 있다면 더 그렇습니다.
한 번 나면 피해가 크다
소방청 통계 기준 최근 3년 화재 1건당 재산 피해액은 내연기관차 953만 원, 전기차 2,342만 원으로 두 배를 넘었습니다.[2] 2024년 전기차 화재 재산피해는 전년보다 41억 원 넘게 늘었는데, 건수는 1건 늘었을 뿐입니다.[1]
청라 화재 하나가 이 숫자를 끌어올렸습니다. 지하주차장에 서 있던 전기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로 42대가 전소, 45대가 부분 소실, 793대가 그을음 피해를 입어 모두 880대가 피해를 봤습니다.[2]
원인을 가리기도 어렵습니다. 보고서가 소개한 2023년 해외 조사에서 전기차 화재 원인은 불명이 48%, 충돌이 23%였습니다.[2] 배터리 결함인지, 충전기 문제인지, 관리 소홀인지 가려지지 않으면 보상도 길어집니다. 보고서는 자기차량손해보험에 들지 않은 차주는 피해를 보상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차 보험 가입 여부를 한 번 확인해 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차 화재를 이야기할 때는 두 문장을 같이 들고 있어야 합니다. 자주 나지는 않는다. 나면 끄기 어렵고 번지기 쉽다. 앞 문장만 보면 방심하게 되고, 뒷 문장만 보면 지하주차장 출입 금지 같은 극단적인 대응으로 갑니다.
청라 이후 바뀐 것들
정부는 2024년 9월 6일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습니다. 차주 입장에서 체감할 만한 항목만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3]
- 배터리 정보 공개 항목 확대: 기존 용량·정격전압·최고출력에 셀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를 추가
- BMS 위험 단계 3단계 표준화: 주의(정비 필요), 경고(제작사 긴급출동), 위험(소방 출동). 소유자가 동의한 차량은 위험 단계에서 소방에 자동 통보하는 시범사업
- 스마트제어 충전기 확대: 충전량을 제어해 BMS와 이중 안전장치 역할. 완속은 2025년 7.1만 기 보급 목표, 기존 완속은 순차 교체
- 신축 건물 지하주차장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 동파 우려 건물은 개선된 준비작동식 허용
- BMS 연계 자동차보험 할인 보험사 8곳에서 12곳으로 확대
배터리 인증도 바뀌었습니다. 2025년 2월 17일부터 제작사가 스스로 안전성을 인증하던 방식 대신 정부가 판매 전에 배터리를 시험해 인증하는 제도가 시행됐고, 배터리마다 식별번호를 붙여 자동차등록원부에 올리는 이력관리제도 함께 시작됐습니다.[4] 배터리를 교체하면 새 식별번호로 바꿔 등록합니다.
90% 충전 제한, 효과는 아직 논쟁 중
지자체 쪽은 충전량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서울시는 충전율 90% 이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도록 관리규약 준칙을 고쳐 권고하겠다고 했고, 시가 공영주차장 등에서 운영하는 급속충전기는 80%까지만 충전되게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5]
여기서 다들 한 번 헷갈립니다. 준칙은 강제 규정이 아니라 각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참고해 자기 규약에 넣는 기준입니다. 우리 단지에 실제로 적용되는지는 관리사무소에서 단지 관리규약을 확인해야 압니다. 단지 의결로 개정 전에 먼저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도 발표에서 충전 상한을 낮추면 위험이 줄기는 하지만 배터리 노화나 결함으로도 불이 날 수 있어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적었습니다.[5] 충전 상한을 80~90%로 두는 습관 자체는 배터리 수명 쪽에서도 흔히 권하는 방식이라 손해 볼 일은 적습니다. 수명과의 관계는 배터리 수명 관리에 따로 있습니다. 급속충전이 80% 이후 느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공공 급속에서 80% 제한을 걸어도 체감 손실은 생각보다 작습니다(급속충전 30분의 진실).
차주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통계를 바꾸는 건 제도 몫이지만, 내 차 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도 꽤 됩니다.
- 리콜부터 확인.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리콜센터에서 내 차가 리콜 대상인지 조회할 수 있습니다.[6] 배터리·BMS 관련 무상수리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나와 있으면 미루지 않습니다.
- 경고 메시지는 그냥 넘기지 않기. 위 대책의 BMS 1단계(주의)는 정비가 필요한 상태를 뜻합니다. 계기판에 배터리 관련 경고가 뜨면 지하주차장보다 지상에 세우고 정비 예약을 잡는 쪽이 안전합니다.
- 충전 상한 설정. 차량 메뉴나 앱에서 목표 충전량을 정해 둘 수 있습니다. 단지가 90% 규약을 도입했다면 이 설정이 출입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 충전 기본 수칙. 소방서 홍보 자료는 젖은 손으로 충전하지 않기, 지정된 충전기와 어댑터만 쓰기, 충전소 주변 금연, 차량용 소화기 비치를 꼽습니다.[7]
- 사고 이력 점검. 하부 충격이나 침수 이력이 있는 차라면 배터리 팩 점검을 받아 두는 게 좋습니다. 중고차로 샀다면 특히 그렇습니다(중고 전기차 고르는 법).
연기나 타는 냄새를 느꼈다면 끄려고 애쓰기보다 차에서 멀어지고 119에 신고하는 게 먼저입니다.
통계는 전기차가 특별히 자주 타는 차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주차·충전 중 화재가 절반 가까이라는 숫자는, 내가 차 옆에 없을 때를 대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리콜 확인과 경고 대응, 이 두 가지는 오늘 바로 할 수 있습니다.
- 전기차 화재 해법 찾는다(1) 지난해 EV 10만대당 화재 건수, 내연차보다 20% 적었다(환경부·소방청 자료 분석) — 전자신문
- 전기차 화재 위험 관리를 위한 향후 과제(KIRI 리포트, 2024.9.9, 소방청 통계 재구성) — 보험연구원
-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보도자료(2024.9.6) — 산업통상자원부
- 전기차 배터리 인증·이력관리제 시행 — 시대일보
- 충전율 90% 이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 권고(2024.8.9) — 서울특별시 환경분야 누리집
- 자동차 결함신고·리콜 대상 확인 — 자동차리콜센터
-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예방 홍보(소방서 안내) — 뉴스서울
화재 통계는 집계 기관과 분모 기준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 대책의 시행 여부와 시점도 바뀔 수 있습니다. 오류를 발견하시면 문의 페이지로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