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는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

전기차 타이어 이야기를 찾다 보면 “내연기관차보다 최대 20% 빨리 닳는다”는 문장이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2026년 4월 국내 매체들이 다시 옮긴 이 숫자는 미국 매체 BGR이 미쉐린 출신 임원 스콧 클라크의 발언으로 소개한 것입니다.[1] 측정 조건과 차종이 공개된 시험 결과가 아니라 업계 경험치에 가깝습니다.

공식 기관 쪽 자료는 오히려 조심스럽습니다. 영국 정부가 브레이크·타이어·노면 마모 먼지를 두고 의견을 모았을 때, 응답자 상당수가 “전기차가 무거우니 타이어도 더 닳을 것”이라고 봤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낸 곳은 없었고, 전기차 타이어 마모 자료가 부족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고 정리했습니다.[2]

그렇다고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마모를 키우는 조건 두 가지가 전기차에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몇 %라고 못 박을 만한 국내 공식 측정치는 이번에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숫자 하나를 믿기보다, 내 차의 마모를 직접 재고 비용을 계산하는 쪽으로 갑니다.

같은 타이어, 315kg 차이

무게부터 봅니다. 현대차가 공개한 제원에서 디 올 뉴 코나 가솔린 1.6 터보 2WD는 공차중량 1,405kg,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는 1,720kg입니다. 두 차 모두 타이어 규격은 215/60 R17로 같습니다.[3][4]

항목 코나 가솔린 1.6T 2WD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
공차중량 1,405kg 1,720kg
타이어 규격 215/60 R17 215/60 R17
최대토크 27.0kgf·m(1,600~4,500rpm) 255Nm

같은 크기의 고무 네 개가 315kg, 약 22%를 더 받칩니다. 타이어 한 개로 치면 80kg 가까이 늘어나고, 여기에 사람과 짐이 더 얹힙니다. 무게가 늘면 접지면이 받는 힘이 커지고, 코너를 돌거나 멈출 때 고무가 밀리는 양도 커집니다.

토크는 숫자만 보면 비슷합니다. 가솔린 27.0kgf·m는 약 265Nm로 전기차 255Nm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는 언제 나오느냐에 있습니다. 엔진은 회전수가 1,600rpm 이상 올라야 최대토크가 나오지만, 모터는 출발 순간부터 큰 힘을 냅니다.[1] 신호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습관이면 출발 때 앞바퀴가 노면에 문질리는 일이 잦아집니다.

회생제동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감속할 때도 모터가 구동축에 힘을 거니 구동 바퀴 쪽 마모가 몰리기 쉽다는 설명이 있는데, 이를 정량으로 보여 준 공식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앞뒤 바퀴 마모 차이는 아래 측정 방법으로 직접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옆면 표기, 어디를 읽나

타이어 옆면에는 숫자가 빽빽합니다. 전기차라면 특히 하중 관련 표기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하중지수와 XL, HL

규격 뒤에 붙는 두세 자리 숫자가 하중지수입니다. 같은 크기라도 구조를 보강하면 더 무거운 무게를 견디고, 이걸 표시하는 게 XL(Extra Load)입니다. 2021년에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HL(High Load) 표기가 유럽 타이어·림 기술기구 기준에 들어왔습니다. 콘티넨탈이 처음 내놓은 245/40 R19 규격을 보면 표준 하중이 670kg(하중지수 94), XL이 750kg(98), HL이 825kg(101)입니다. HL은 규격 앞에 “HL 245/40 R 19 101 Y XL”처럼 붙고, 공기압은 XL과 같게 씁니다.[5] 콘티넨탈은 HL 도입 이유로 대형 전기차·하이브리드와 SUV의 무게를 들었습니다.

교체할 때 원칙은 하나입니다. 차량 제조사가 지정한 하중지수보다 낮은 타이어는 쓰지 않습니다. 지정 규격은 운전석 문 안쪽 라벨이나 취급설명서에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이라는 이름

“EV 전용” 타이어는 법적으로 정해진 등급이 아니라 제조사가 붙이는 제품군입니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온을 내놓으며 낮은 회전저항, 고하중 지지, 저소음, 높은 토크 대응을 특성으로 들었습니다.[6] 무거운 차를 받치면서 주행거리를 덜 깎는 방향입니다. 다만 회전저항을 낮추려 단단한 컴파운드나 얕은 트레드를 쓰면 내구성과 맞바꾸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1] “전용”이라는 이름보다 하중지수와 아래 등급 표시를 먼저 보세요.

효율 등급 라벨

국내에서 파는 승용차 타이어에는 에너지소비효율(회전저항) 등급과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함께 붙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운영하는 제도로, 1등급에 가까울수록 회전저항이 낮고 젖은 길에서 잘 섭니다.[7] 전기차는 회전저항이 곧 주행거리라서 효율 등급을 보는 의미가 내연기관차보다 큽니다. 그렇다고 효율 등급만 보고 제동력 등급이 낮은 타이어를 고르면 무거운 차에서는 손해가 큽니다.

얼마나 닳았는지 재는 법

마모는 감으로 판단하면 늘 늦습니다. 동전이나 트레드 게이지로 홈 깊이를 재면 됩니다.

  1. 홈 안에 있는 작은 돌기(마모 한계 표시)를 찾습니다. 옆면의 삼각형 표시가 위치를 알려 줍니다.
  2. 바퀴마다 바깥쪽, 가운데, 안쪽 홈 세 곳을 잽니다. 바깥과 안쪽 차이가 크면 휠 얼라인먼트를 의심합니다.
  3. 앞바퀴와 뒷바퀴를 비교합니다. 구동 바퀴만 빨리 닳으면 위치 교환 주기를 당깁니다.
  4. 잰 날짜와 누적 주행거리를 적어 둡니다. 두 번만 재도 1,000km당 몇 mm 닳는지 나옵니다.

마모 한계선은 1.6mm입니다. 한국타이어는 이 상태의 타이어가 젖은 노면 시속 100km 급제동에서 새 타이어보다 제동력이 2배 가까이 떨어졌다는 자체 시험을 공개하며, 여름철에는 2.8mm 정도에서 미리 바꾸라고 권했습니다.[8] 무게가 더 나가는 전기차라면 이 여유를 더 진지하게 볼 만합니다.

위치 교환 주기

한국타이어는 5,000~10,000km마다 타이어 위치를 바꾸라고 안내합니다.[8] 차량 제조사 정비 주기표에 따로 적힌 값이 있으면 그쪽을 따릅니다. 공기압은 한 달에 한 번, 타이어가 식은 아침에 재는 것이 정확합니다.

비용은 이렇게 계산한다

타이어 가격과 수명은 제품마다 크게 달라서, 여기서는 틀만 보여 드립니다. 아래 입력값은 모두 가정입니다.

  • 타이어 한 개 가격(장착비 포함): 20만 원 가정 → 한 세트 80만 원
  • 내연기관차에서의 교체 주기: 40,000km 가정
  • 전기차 교체 주기: 위 업계 발언대로 20% 빨리 닳는다고 보고 32,000km
  • 연간 주행거리: 15,000km

km당 타이어 비용은 세트 가격을 교체 주기로 나누면 나옵니다. 내연기관차는 80만 원 ÷ 40,000km = 20원, 전기차는 80만 원 ÷ 32,000km = 25원입니다. 1년 15,000km면 30만 원과 37만 5천 원으로, 차이는 연 7만 5천 원입니다.

같은 1년 동안 연료비에서 얼마가 빠지는지와 나란히 놓아 보면 크기가 보입니다. 휘발유 1,700원/L, 연비 12km/L 차의 15,000km 연료비는 약 212만 원이고, 전비 5.0km/kWh 전기차를 공공 완속 295.0원으로만 충전하면 약 88만 5천 원입니다. 차이 124만 원에 비하면 타이어 7만 5천 원은 작습니다. 연비 12km/L와 휘발유값은 가정이고, 전체 비교는 전기차 vs 내연기관 비용 비교와 총소유비용 계산기로 본인 조건을 넣어 보세요.

계산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따로 있습니다. 순정 타이어가 20인치 이상 대구경이거나, 전용 흡음재가 들어간 고가 제품이면 세트 가격이 두 배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가격 칸만 바꿔 넣으면 됩니다.

수명을 늘리는 습관

  • 출발할 때 페달을 천천히. 모터의 순간 토크를 다 쓰지 않는 것만으로 앞바퀴 마모가 줄어듭니다.[1]
  • 공기압을 지정값에 맞추기. 낮으면 바깥쪽이, 높으면 가운데가 먼저 닳습니다.
  • 무거운 짐을 상시 싣고 다니지 않기. 전기차는 이미 무게 여유가 적은 편입니다.
  • 연석이나 과속방지턱에 세게 부딪혔다면 얼라인먼트 점검. 한쪽 편마모는 수천 km 안에 티가 납니다.

회생제동 단계를 높이면 브레이크 패드는 덜 닳지만 타이어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강한 회생제동으로 뚝뚝 끊어 서는 운전은 급제동과 비슷하게 타이어를 씁니다. 부드럽게 길게 감속하는 쪽이 둘 다에 낫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 두 가지

Q. 전기차에 일반 타이어를 끼워도 되나요?

규격과 하중지수, 속도기호가 제조사 지정 이상이면 장착 자체는 문제없습니다. 다만 회전저항이 높은 제품이면 주행거리가 줄 수 있고, 소음이 커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엔진 소리가 없는 차라 노면 소음이 더 잘 들립니다.

Q. 겨울용 타이어로 바꾸면 주행거리가 얼마나 줄까요?

제품별 회전저항 등급 차이에 따라 달라 숫자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겨울에는 배터리와 난방 영향이 더 크게 겹치니, 그 부분은 겨울 주행거리 가이드를 함께 보세요.

출처

  1. 전기차 타이어, 내연기관보다 더 빨리 닳는 이유(BGR 보도 인용, 2026년 4월) — ZDNet Korea
  2. Brake, tyre and road surface wear call for evidence: summary of responses — 영국 정부(GOV.UK)
  3. 디 올 뉴 코나 제원(가솔린 1.6 터보) — 현대자동차
  4.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제원 — 현대자동차
  5. Continental Manufactures First Tire with New “HL” Load Index Code(2021년 1월 21일) — Continental
  6.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 론칭(2022년 3월 17일) — 한국타이어
  7. 타이어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표시 안내 — 한국타이어
  8. 여름철 안전운전을 위한 타이어 관리 요령(2018년 7월 17일) — 한국타이어

비용 계산의 타이어 가격·교체 주기·연비는 가정값이며 실제 값은 제품과 운전 습관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교체 기준은 차량 취급설명서와 타이어 제조사 안내를 우선하세요. 오류를 발견하시면 문의 페이지로 알려 주시면 검토 후 수정하겠습니다.